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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남용

살 파먹는 박테리아가 나타났다고 세상이 술렁거린다.

살이 썩어 들어가는 환자의 사진을 실어 놓고 마치 육식을 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처럼 대중 매체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도를 접한다면 새로운 식인 박테리아가 나타나 이제 인류

의 생명은 경각에 달린 것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 근본적으로 살을 갉아먹을수 있는 세균은 있을수가 없다.

그러므로 살 파먹는 박테리아라는 표현보다 항생제가 소용없는 박테리아가 출현했다는 표현이 더 타당하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 Alexander Fleming 공기중에 떠다니는 곰팡이인 페니실리움 노타툼 Penicillium notatum이

자라고 있는 부위에서 농을 형성시키는 세균의 일종인 포도상 구균 Staphylococcus aureus의 성장이 멈춰 버리는

것을 관찰했다. 계속된 연구 끝에 이 곰팡이로부터 화학 물질이 확산되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이 물질을

페니실린 Penicillin이라 명명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다양한 항생제들의 시조 격인 페니실린이다.

 

1940년대엔 보다 더 정제되고 효과가 높은 페니실린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고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대량 생산 체제로  들어가면서 항생제는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던 킬러 박테리아

들이 페니실린 앞에서 쓰러져갔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폐렴과 폐결핵은 항생제의 발달과 함께 공포

의 대상에서 멀어져 갔다. 1979년 미국의 의무감 Surgeon General 월리엄 스튜어트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이제 세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들에 대해서는 책을 덮을 때가 왔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킬러들에게 더욱 집중 해야 할  시기다."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들에 대한 항생제의 무차별 공격이 시작된 이후 이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죽어 갔고, 35억 년간 이어져 내려오던 박테리아의 역사는 서서히 종언을 고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순조롭

진행되어 가던 박테리아 소탕 작전은 예기치 못한 벽에 부딪히게 된다. 당하기만 하고 있던 박테리아들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항생제의 공격을 예의주시 하던 세균들은 여기에 대처할 무기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격이 거듭되면 될수록 항생제의 공격 루트를 꿰뚫어 보고 이에 대처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준비하여

몸 속으로 날아드는 항생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항생제에 대한 세균의 내성이다.

한 박테리아가 항생제 요격용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개발하게 되면 이는 순식간에 다른 박테리아에게 전달

된다. 따라서 정체가 완전히 노출된 시점에 이르면 더 이상 항생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1988년 12월 아이슬란드에 어느 날 갑자기 항생제 내성을 지닌 폐렴 구균 S.Pneumoniae이 나타났다.

추출물들로부터 발견한 전체 폐렴 구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 폐렴 구균의 비율이 89년 2.5%였는데, 93년에는

20%로 증가해 있었다. 분자 생물학적으로 이 내성균의 기원을 추적해 본 결과 이들은 스폐인으로부터 옮겨

져 왔음이 밝혀졌다.


스폐인은 많은 아이슬란드 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이 내성균이 휴가 갔다 오던 사람들을 통해 아이스란

드에 뿌려졌던 것이다. 이처럼 한 도시에서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면 이들은 머지 않아 그 나라 전체를 덮게

된다. 하나의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약 3억 달러 이상의 돈이 든다한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머리가

좋아지는 박테리아는 또 빠르게 내성을 만들어 대항한다. 내성만 생기면 3억 달러 짜리 항생제를 사탕 까먹

듯 집어먹는 것이 바로 이 세균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항생제 내성의 출현을 억제 할 수 있을까 ? 제일 중요한 것은 항생제의 남용을 막는 일

이다. 꼭 필요할 때만 써서 쓸데없이 항생제가 적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균들이 항생제의

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거기서 그 항생제의 생명을 끝이다. 그렇게 때문에 항생제의 사용은 철저하게

규제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그 간의 미국 생활에서 느낀 건 이들의 항생제 사용이 상상 밖으로 엄격하게 통제된다는 것인데 내 경우 고막

을 연골로 재건하고 자그마한 인공 뼈를 귀속으로 집어넣는 4시간에 달하는 수술을 했는데 항생제 한 알

방하지 않는 걸 보고 어안이 벙벙했던 적이 있다. 수술을 마치고 내 손에 쥐어진 약은 고작 타이레놀 넘버

쓰리었다. 마약성 진통제인 코데인이 섞여있는 타이레놀. 그리고는 일주일 후 외래에서 보자고 한다.

코데인의 부작용도 알고 아픔도 견딜 만 해서 복용하지 않고 지냈다.


수술 일주일이 지난 뒤 진료실에서 항생제 처방을  늘 이렇게 하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표정이다.

그리고 귀 안에 넣는 항생제 용액 처방전 하나를 주고는 한달 후에 다시 들르란다. 이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

가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의사 처방 없이는 항생제를 살 수도 없고 의사들 스스로도 항생제 처방을 자제하고

있으니 내성균의 출현을 최소화 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드는 비용도 줄어들게 되어

국가도 이익이다.


사랑니를 뽑고도 항생제 처방을 자제하는 이들과 약국에서 지어온 약 봉투 속에 항생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우리들의 실정이 오버랩 되면서 다음 번의 살 파먹는 박테리아 소동은 우리 차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출처 : 비타민 박사의 비타민 c이야기 - 하병근 박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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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비타민C월드

등록일2016-11-08

조회수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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